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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어…”
“그러게 씨발 누가 그따구로 얇게 쳐 입고 나오라고 했냐. 어엉?!”
후드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리며 말 하는 미도리야에게 바쿠고가 성을 내며 말 했다. 그래도 이거 기모란 말이야. 미도리야의 억울한 듯 말하는 목소리에 바쿠고가 또 한 번 성을 냈다. 기모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추위나 안타는 새끼면 내가 말을 안 하지. 추위는 또 존나 타서 맨날 감기 걸려가지고 코나 질질 흘리는 게. 씨발.”
“캇짱. 말 예쁘게.”
“예쁘게는 개뿔이.”
날카로운 찬바람에 발갛게 물든 콧잔등을 씨근거리며 바쿠고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름의 걱정하는 말임을 알아서 미도리야는 슬 웃었다. 뭘 웃어. 바쿠고가 본인이 하고 있던 목도리를 벗으며 말 했다.
“야. 이리 돌아.”
“응?”
걸음을 멈춘 바쿠고가 미도리야를 세웠다. 몸을 돌려 바쿠고와 마주 본 미도리야가 물었다. 왜? 팔을 뻗은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목에 제 목도리를 둘렀다. 멍청이가. 여전히 씨근대며 낮게 투덜거리는 얼굴이 가까웠다. 미도리야의 양 볼이 추위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도 모르게 발갛게 물들었다. 캇짱. 이러면 캇짱이 춥잖아.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인 채로 하는 미도리야의 걱정 어린 말에 바쿠고가 쯧 혀를 차며 말 했다. 내가 너냐?
“난 이딴 걸로 안 추우니까 신경 꺼.”
“오늘 한파주의보 떴는데…”
“아 신경 끄라고!”
움찔. 미도리야의 어깨가 놀라 움츠러들었다. 세월이 지나도 저 성격은 죽지를 않는다. 작게 한숨을 쉰 미도리야가 슬쩍 눈을 굴려 바쿠고의 목 언저리를 살폈다. 코트만 걸친 어깨위로 드러난 목이 역시나 추워보였다.
“캇짱.”
“또 뭐.”
“잠깐만 서봐.”
“아 왜. 얼어 뒤지기 전에 빨리 들어가자고…”
순간 훅 끼친 미도리야의 체향에 바쿠고가 우뚝 멈췄다. 목에 둘러진 팔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냐 이거. 도발인가.”
“아, 아니야! 그냥 캇짱 너무 추워 보여서…”
“그래서 이딴 귀여운 짓거리 하는 거냐?”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허리춤에 팔을 둘러 안았다. 안은 몸이 썩 차가워 쯧 혀를 찼다. 하여튼. 허리에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조금만 이러고 바로 들어간다.”
“응.”
후우. 미도리야가 입김을 불었다. 부옇게 나온 입김이 아지랑이처럼 퍼지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때 쯤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어깨에 묻었던 고개를 들어 미도리야의 얼굴과 마주했다. 미도리야가 물었다. 왜 그래?
“그냥. 멍청아.”
순식간에 두 입술이 닿았다. 그 순간 추위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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