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난 것 일까. 이딴 쓸데없는 고민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을까 싶지만, 나의 경우는 남들이 생각하는 의미와 조금 달랐다.
나는 이딴 인생을 살아갈 바에는 뭐 하러 태어난 것일까.
그 이유는 너에게 있었다.
[괴물과 두 아이]
By. TT
“오늘부터 같이 살 거란다.”
징그러운 사내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말 했다. 징그러워. 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런다고 좋은 건 없었으니까. 살이 쪄서 금방 터질 것 같은 꽉 끼는 셔츠에 욱여넣은 듯 한 팔을 따라 눈을 옮겼다. 아.
“미도리야 이즈쿠라고 부르면 돼. 카츠키.”
징그러운 사내는 초록빛이 나는 눈을 이리저리 도로록 굴리며 겁에 질렸는지 덜덜 떠는 겁쟁이 하나를 미도리야 이즈쿠라고 소개했다. 생긴 것과 어울리는 이름이다. 크고 동그란 눈을 조금 끈질기게 빤히 쳐다보자 곧 눈이 마주쳤다. 움찔. 녀석이 작게 요동치고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눈을 피했다.
남자는 그 녀석을 데리고 2층의 맨 끝 방으로 향했다. 나는 1층 거실에 멀뚱히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제부터 여기가 네 방이야. 라고 말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끝이다.
나는 이제 저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평생을 발버둥 쳐도 저 괴물에게서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에.
새벽 3시. 괴물이 잠에 들어있을 시간이었다. 멍하니 침대위에 누워있던 몸을 조심스레 일으켜 바닥에 발을 디뎠다. 끼익. 낡은 침대의 뼈대가 울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에 괴물이 듣고 깨지는 않을까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바로 옆방의 소리를 들었다. 벽 너머로 희미하게 들리는 코고는 소리에 안심하고 다시 움직여 반대쪽 발까지 디뎠다. 혹시라도 괴물이 내 발소리를 듣고 깨어나지 않을까 최대한 소리를 죽여서 걸었다. 방문을 열고 오른쪽 복도를 보았다. 작게 열린 문 틈새로 빛이 새어나왔다. 불이 켜져 있나보다.
“…멍청이가.”
원래라면 저딴 녀석이 어떻게 되던 상관없을 터였지만, 발은 이미 망설임 없이 맨 끝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말과는 다르게 내 손은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야.”
내 입은 멋대로 침대 위에서 이불을 두르고 둥그렇게 쭈그려 앉아있는 녀석을 불렀다. 그러자 푹 숙이고 훌쩍이던 고개가 천천히 올라와 나와 마주보았다. 눈가와 코가 발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잠도 안자고 질질 짜는 거 들키기 싫으면 불이나 꺼놔, 멍청아. 너 들키면 저 괴물 진짜로 너 죽일지도 몰라.”
조금 장난 식으로 말 했지만 진심이었다. 저 괴물은 우리를 언제 어떻게 죽여서 어딘가에 버려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괴물이었다. 온지 이제야 하루가 지나가는데 이 녀석은 벌써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내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더욱 이불에 몸을 숨겼다. 귀 밑으로 슬쩍 보이는 목에 잇자국이 있었다. 더러워. 더러운 괴물.
“… 이름이 뭐야?”
알고 있었지만 물었다. 그 순간에 딱히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녀석은 훌쩍이면서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 미도리야… 이즈, 쿠….”
훌쩍이느라 뚝뚝 끊기는 말이 거슬렸다. 그만 좀 울어 멍청아. 손을 뻗어 녀석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가 놓았다. 녀석이 손등으로 꼬집혔던 코를 북북 문지른다.
“너 멍청하니까 이제부터 데쿠 해라.”
“에. 어째서?!”
“야 목소리 낮춰. 괴물이 깨잖아!”
작게 호통 치는 내 말에 데쿠는 양 손으로 합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데쿠네.
“너는 이름이 뭐야?”
어느새 울음을 그친 데쿠가 물었다. 나? 되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도 눈물이 살짝 맺힌 눈으로 날 본다. 어.
“바쿠고 카츠키.”
데쿠가 고개를 숙이고 입으로 작게 중얼중얼 내 이름을 곱씹었다. 카츠키, 카츠키, 카츠키. 그러고는 다시 번쩍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눈을 휘어 접으면서 말했다. 캇짱!
“캇짱이라고 불러도 돼?”
“…마음대로 해.”
되겠냐? 라고 말 하려던 머리와는 달리 입은 또 제멋대로 움직였다. 왜 이러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기도 전에 데쿠는 또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캇짱.
“우리는 이제부터 친구가 되는 거야?”
이번에도 똑바로 내 얼굴을 쳐다보고 세상 제일 설레어하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친구?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그것을 이 녀석이 하자고 내게 말 했다.
“그런가보지.”
10년 전 그날 새벽. 우린 둘 다 7살이었고, 처음으로 서로에게 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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